말 없이 싸워도

밀양⸱청도송전탑 반대 투쟁 76.5장면

말 없이
싸워도

밀양⸱청도송전탑 반대 투쟁 76.5장면

사진 속 몸에 두른 쇠사슬을 보며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 구미현님은 말한다. 그것을 보면 폭력에 대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의 기억 속에는 누룽지도 있고, 고구마도 있고, 라면도 있다. 연대자들과 함께 먹었던 그때 그 힘으로 지금을 살아간다.

76.5 장면의 바깥에는 수 천 장면의 사진과 영상들이 존재한다. 미처 담을 수 없었던 상황과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는 더 많을 것이다. 사진은 말 그대로 전쟁터 같았던 밀양을 보여준다.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는 힘은 노래와 밥이었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곳이 산 속이든 아스팔트 위든 상관없이 함께 밥을 나눴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는 노래가 빠지지 않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는 밀양 싸움의 유행가가 되었다.

가지런히 모여 있는 국과 밥숟갈, 컵라면. 이것을 함께 먹는 장면은 유독 눈에 띄고 반복된다. 거대한 철탑과 경찰, 한전 직원들을 지워내면 평범한 시골의 정겨운 풍경들이다. 이를 어지럽힌 국가가 자행한 가장 큰 폭력은 안타깝게도 사진 속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곁에 없었더라도 늘 함께 밥을 나누고 노래 불렀을 사람들. 마을 주민간의 심각한 갈등을 보여주는 사진은 수천의 장면 속에서도 찾질 못했다. 도대체 이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할까.

온라인 기록관은 말하기 위해 세워졌다. 우리가 왜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말. 이 싸움에는 수많은 주연과 조연들이 있으며 악당도 등장한다. 지난한 타임라인이 정리되고 그 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입체적으로 입힐 때 이 기록관은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기록해야 할 주인공으로서 찬성 주민들도 언젠가는 담기기를 기대한다.

계속 밀양을 듣고 말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사진 속 몸에 두른 쇠사슬을 보며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 구미현님은 말한다. 그것을 보면 폭력에 대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의 기억 속에는 누룽지도 있고, 고구마도 있고, 라면도 있다. 연대자들과 함께 먹었던 그때 그 힘으로 지금을 살아간다.

76.5 장면의 바깥에는 수 천 장면의 사진과 영상들이 존재한다. 미처 담을 수 없었던 상황과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는 더 많을 것이다. 사진은 말 그대로 전쟁터 같았던 밀양을 보여준다.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는 힘은 노래와 밥이었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곳이 산 속이든 아스팔트 위든 상관없이 함께 밥을 나눴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는 노래가 빠지지 않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는 밀양 싸움의 유행가가 되었다.

가지런히 모여 있는 국과 밥숟갈, 컵라면. 이것을 함께 먹는 장면은 유독 눈에 띄고 반복된다. 거대한 철탑과 경찰, 한전 직원들을 지워내면 평범한 시골의 정겨운 풍경들이다. 이를 어지럽힌 국가가 자행한 가장 큰 폭력은 안타깝게도 사진 속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곁에 없었더라도 늘 함께 밥을 나누고 노래 불렀을 사람들. 마을 주민간의 심각한 갈등을 보여주는 사진은 수천의 장면 속에서도 찾질 못했다. 도대체 이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할까.

온라인 기록관은 말하기 위해 세워졌다. 우리가 왜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말. 이 싸움에는 수많은 주연과 조연들이 있으며 악당도 등장한다. 지난한 타임라인이 정리되고 그 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입체적으로 입힐 때 이 기록관은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기록해야 할 주인공으로서 찬성 주민들도 언젠가는 담기기를 기대한다.

계속 밀양을 듣고 말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